시대별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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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으뜸성장기업탐방 - 청주 동일유리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2. 07. 22 조회수 728

[충청일보 이주현기자]장수기업은 가업화(家業化) 경향이 있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자손이 대대로 경영권을 승계한다. 사업이 가문의 일이 될 때, 어느 기업보다 책임감을 갖고 안정된 사업을 할 수 있어서다. 충북 청주에서는 대표적인 가업계승기업으로 흥덕구 송정동에 위치한 (주)동일유리가 꼽힌다.

 

 

2세 기업인인 김영진(75) 대표는 1940년부터 시작된 부모의 업 속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해 75년째 가업을 잇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는 김 대표의 장남인 김정환(42) 기획이사도 경영에 참여했다. 단순한 부의 대를 잇는 것이 아닌 진정한 가업 말이다.

 

 

동일유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유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KS 인증업체, 듀오라이트클럽 최우수품질업체)다. 주로 로이유이에 공기보다 단열성능이 우수한 비활성 기체인 '아르곤 가스'를 주입해 단열성능을 극대화한 복층유리를 만든다.

 

 

복층유리란 두 겹의 유리판 사이에 1㎝ 정도의 공간을 둔 이중유리다. 태양광 차단과 방음, 단열 효과가 높아 고급건축물의 창문자재로 많이 쓰인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미관과 에너지효율을 모두 충족하는 건축자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신성장동력으로서 가치가 높다

 

 

양면코팅삼복층유리, 차음접합복층유리도 생산한다. 청주공장(부지 3636㎡, 제조시설면적 1865㎡)에서는 하루평균 700㎡의 유리를 뽑아내고 있다. 오는 3월 충북 오창지역에 제2공장이 완공되면 매일 2000㎡의 유리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동일유리는 현대백화점과 지웰시티 등 고급건축물의 공사도 도맡아 할 만큼 지역에서 인정받는 기업이다.

 

 

지난 2013년 11월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선정한 명문 장수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이해 12월에는 청주시로부터 유망중소기업 인증서(인증기간 2016년 12월까지)를 받았다.충북대학교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단 가족회사이기도 한 동일유리는 로이유리의 가공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R&D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동일유리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제품의 질과 기능성유리 생산 확대에 있다.동일유리는 지난 2003년 12월 한국유리공업의 복층유리 대표 브랜드 모임인 듀오라이트클럽에 가입한 뒤 지속적인 품질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에서부터 시공, AS까지 삼박자를 갖추고 있으며, 기능성 유리의 수요 증가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게 동일유리 관계자의 설명이다.게다가 꾸준한 설비증설을 통해 고급유리 양산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1940년부터 3대에 걸쳐 전해온 기술은 충북뿐만 아니라 중부권에서 최고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일유리 김영진 대표는 "75년간 오직 유리만을 고집하며 외길을 달려온 만큼 철저한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며 "중부권에 위치한 좋은 지리적 여건을 바탕으로 공급망도 확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고객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김영진 대표·김정환 기획이사

 

성공한 가업 승계 기업엔 공통점이 있다. 초창기 기업 정신 등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유연함이 그것이다.29일 오전 10시30분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에 위치한 동일유리 제1청주공장에서 3대째 가업을 계승하고 있는 김영진, 김정환 부자를 만났다.2대를 잇고 있는 청주 동일유리 김영진(75)대표는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종일 앉을 틈도 없이 일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살아생전에 늘 이 방식을 고수해 오던 부친의 고집 때문이다.

 

 

피는 못 속인다고, 지난 2003년부터 아버지인 김대표와 함께 동일유리를 이끌고 있는 김정환 기획이사도 매일 같은 시간 출근해 경영업무를 본다.김 이사는 "아버지의 성실함과 정직함을 배운 게 경영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일을 하신건가요?"

자리에 앉자마자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김 대표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한숨을 돌렸다.

 

 

"가만 보자…. 그때가 20살이었으니까, 올해로 55년째네요. 대표이사가 된건 38살 때고요." 그는 어려웠던 회사 초창기 시절을 떠올렸다."1959년 청주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어요. 2남 7녀 중 장남이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했죠. 당시 청주고 출신들이 명문대학에 입학을 많이했었는데, 방학 때마다 대학교 유니폼을 입고 폼을 잡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나는 그때 청주대학교를 다니면서 평일에도 하얀 먼지 묻은 작업복을 입고 판유리를 나르는 일을 했었거든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밤낮없이 일해야 했다. 그땐 그랬다. 내 입엔 풀칠해도 동생들은 배부르게 먹이고 싶었으니까.그러나 너무 오랜 일이라 완벽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새였다. 기억을 더듬으며 꼼지락거리는 김 대표의 손을 보니 여기저기 유리에 베인 작은 흉터가 세월의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유리하는 사람들 다 이렇지 뭐.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나무 문틀에 유리를 잘라서 끼우는 단순 절단 작업이 전부였어요. 지금은 아니지. 유리 원판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서 성능이 천차만별이니까."

 

 

요즘은 일하는 데 훨씬 수월해졌다고도 했다. 아들인 김정환 기획이사가 경영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영업까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기획이사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MBA 학위까지 취득한 인재여서 김 대표의 신뢰가 더욱 깊을 수밖에.

 

 

이들은 말한다. "자신을 대신할 후계자를 임명해 계속적으로 회사가 유지되고 발전하도록 할 적임자를 CEO의 가문에서 찾는 게 일반적이고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고."100년, 아니 200년 넘게 기업이 계승됐으면 해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